오랜만에 강한 임팩트를 준 책을 읽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나에게 강하게 남았던 책들이 몇 권 있었다.
- 에고라는 적은 효율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알려줬다. 목표의 본질에 집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 1만 시간의 재발견은 효율적으로 노력하는 법을 알려줬다. 그냥 오래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노력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이 책은 놓치기 쉬운 감정의 존재를 인식하게 만든다.
단순히 감정을 소중히 여기라는 책이 아니다. 따뜻한 사람이 되라는 책도 아니다. 상대방에게 좋게 말하라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감정을 막연한 선의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받았던 것처럼 따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을 알려준다.
“감정은 소중해” 같은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감정을 하나의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한다.
우리가 문제를 표현할 때 보통 이런 식으로 정리한다.
- 사실
- 영향
- 해결책
- 요구사항
무엇이 일어났는지 보고, 그로 인해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보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 보고, 그래서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정리한다.
비폭력 대화는 감정도 이와 비슷하게 다룬다.
- 관찰
- 느낌
- 욕구
- 요청
무엇을 관찰했는지 보고, 그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보고, 그 느낌 뒤에 어떤 욕구가 있었는지 보고, 그래서 무엇을 요청할 것인지 정리한다.
감정을 논리의 반대편에 두지 않았고, 감정을 판단의 방해물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감정을 하나의 신호로 본다.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려주는 기준으로 본다.
물론 뒤로 갈수록 조금 비현실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하다. (현실에서 매번 이런 방식으로 말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매번 감정적 요구사항을 받는 것은 꽤나 피곤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며 대화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이건 기존에 내가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몰라 바라보지 못했던 관점이었다.
사람들은 감정적인 사람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감정적인 사람”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은 어느 순간 표준처럼 잡혀 있다.
그래서 서로의 감정을 탄압한다.
- 누군가 감정을 드러내면, 그 사람은 비논리적인 사람이 된다.
- 누군가 힘들다고 말하면, 그 사람은 약한 사람이 된다.
- 누군가 서운하다고 말하면, 그 사람은 과민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선택지가 두 개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 내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
- 다른 하나는 내 감정을 외부와 일치시키는 것
내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면, 나는 논리적인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사라진다.
반대로 내 감정을 외부와 일치시키면, 내가 힘든 이유를 전부 상대방의 행동에서 찾게 된다.
네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내가 힘들다.
그러니 네가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감정을 판단 기준으로 쓰지 말고, 먼저 인식의 대상으로 보라고 말한다.
- 내가 화가 났다는 사실
- 내가 서운했다는 사실
- 내가 불안했다는 사실
- 내가 기대했지만 충족되지 않았다는 사실
이것들은 부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 감정이 곧바로 옳고 그름을 판정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감정은 판결문이 아닌, 신호에 가깝다.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무엇이 충족되지 않았는지, 무엇을 기대했는지 알려주는 신호다.
논리적인 말은 왜 의미를 찾기 어려운가
나는 논리적인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 어떤 주장이 맞는지
- 어떤 근거가 있는지
-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따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논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문제가 생기는 걸 경험했다.
논리적인 말은 분명 맞는 말인데, 그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두를 위한 판단은 모두의 상황을 인지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논리적인 말”만으로는 그 사람의 모든 논리적인 여건을 표현하기 어렵다.
- 그 사람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 어떤 것을 두려워하는지
-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 어떤 상황에서 그런 판단을 하게 되었는지까지 들어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개인적 사상과 근거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지점부터는 정답이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리로 대화해봤자 평행선을 달릴 때가 많다.
서로 맞는 말을 한다. 서로 근거도 있다. 서로 틀린 말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결론이 나야 하는데, 대화가 앞으로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실 서로가 말하는 것은 논리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가치관과 감정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걸 보지 못하면, 논리적인 말은 계속 겉돈다.
논리는 행동으로 나타날 때 의미가 생긴다
논리는 행동으로 나타날 때 의미가 생긴다.
- 계획 세우기
- 행동하기
- 결과 산출하기
이때는 논리를 평가할 수 있다.
- 계획이 적절했는지,
- 행동이 계획과 맞았는지,
- 결과가 의도와 맞았는지 볼 수 있다.
영향범위가 특정할 수 있고, 결과도 명확해진다. 그래서 논리적인 행동은 의미가 있다.
문제는 논리적인 행동을 할 권한이 없어질 때다.
- 무언가를 바꿀 수 없을 때
- 실제로 행동할 수 없을 때
- 결정할 수 없을 때
- 결과를 만들 수 없을 때
그때 일개 개인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것은 “논리적인 말”이다.
말은 해도 아무도 막지 않고, 말은 당장 비용이 낮고, 말은 실제 영향을 끼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계속 말한다.
아무튼 이건 잘못됐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실제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은 아무런 결과도 만들지 못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다시 권한이 생겼을 때 발생한다.
그동안 반복했던 논리적인 말이 모두를 위한 논리적인 행동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이게 저자는 폭력적인 대화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타인을 설득하여 부탁하려면, 단순히 논리적인 말을 하는 것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가치와 나의 가치를 맞춰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논리적인 말에만 익숙해지면 그 과정을 건너뛴다.
내 말이 맞는지 틀린지만 보게 되고, 상대방이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보지 못한다.
그러면 다시 평행선을 달린다. 서로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각자 맞는 말만 반복하게 된다.
그럼 말에는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그럼 말에는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이 책은 느낌을 담으라고 말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느낌은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떤 느낌을 받고 있는지 인지하는 것이다.
- 나는 화가 났는가.
- 서운했는가.
- 불안했는가.
- 무시당했다고 느꼈는가.
-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꼈는가.
먼저 그것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타인에게 폭력적이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 감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상대방의 감정도 과장이나 핑계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어떤 감정이 든다는 것을 인지해도 된다.
문제는 감정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 감정에 대한 책임을 전부 타인에게 넘기는 것이다.
즉, 이 책이 말하는 것은 이런 단순한 해법이 아니다.
내가 이만큼 해줬는데,
너도 이만큼은 맞춰줘.
이건 계산이다.
비폭력 대화가 말하는 방향은 계산이 아니고, 이타심에 가깝다.
다만 그 이타심은 자기 감정을 지워버리는 방식이 아니다.
-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고,
- 그 감정이 어떤 욕구에서 나오는지 보고,
- 그 욕구에 대해 책임질 수 있을 때
가능한 방식이다.
영향범위를 감정으로 한정하기
감정을 다룰 때 중요한 것은 영향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 상대방은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감정을 곧바로 옳고 그름으로 확장하지 않는다.
상대방 전체에 대한 평가로 확장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의도를 단정하지 않는다.
예시를 하나 살펴보자.
어제 너의 행동이 나는 기분이 나빴다.
여기서 끝나면 단순한 비난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
나는 이러이러한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행동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그렇게 행동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런 감정을 느꼈다.
이렇게 되면 말의 구조가 바뀐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설명하게 된다.
감정의 영향범위는 제한적이다.
내가 실제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이렇게 느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이 어떤 욕구와 연결되어 있는지 말할 수 있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감정에서 논리적인 계획의 방향성을 잡는다.
감정은 논리를 대체하지 않는다. 감정은 논리가 시작되어야 할 위치를 알려준다.
본인의 느낌에 책임을 진다는 것
본인의 감정적 영역을 논리로 찾아봤자,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느낌이 옳은 이유를 정당화하기 위해 근거를 찾아야 한다.
- 왜 나한테 이게 기분이 나빴는가?
- 과거의 경험 근거
그리고 주장한다.
- 이게 나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있는 느낌인가?
- 이게 서로를 위해 주장해야 하는 느낌인가?
현실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더 힘들게 볼 필요는 없다. 딱 그만큼만 인식하고, 그만큼만 힘들어하면 된다.
- 절제된 감정의 표현
- 힘들지 않다고 발악하는 것이 아닌, 힘들다고 하면서 나아가기 위한 근거를 제공한다.
어떻게 보면, 이게 제일 어렵다.
나는 내가 과거에 수행했던 판단들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 논리적으로 옳다고 해도, 감정적으로는 힘들다.
- 힘들어해야 하나? 자부심을 가져야 하나?
그 사이에 있는,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감정에 책임을 진다"는 답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다.
- 나 그때 정말 힘들었다. 내 감정을 인식하기 싫어서 배제하고 판단했지만, 힘들다고 말하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
- 맞다 틀리다 이전에, 그냥 힘들었다는 걸 말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 과거를 마주보고, 떨쳐내는 것이 아닌 인정하는 것
- 후회를 감정으로 남긴다는 것
결국 내 느낌이 존중받지 못했기 때문에, 논리적인 말로 도망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본인의 느낌은 본인이 제일 잘 알수밖에 없다.
- 위로를 받으면서 다들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타인의 위로는 완벽하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
- 결국 본인의 느낌과 감정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
본인이 본인의 감정을 잘 느끼고, 스스로 위로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우리는 무엇을 들어야 하는가
상대방의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꼈던 느낌을 들어야 한다.
먼저 예측하지 말고, 상대방이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를 듣기 위해 질문한다.
“너는 이래서 화난 거지?”
“너는 결국 이걸 원하는 거지?”
이렇게 단정하면, 다시 상대방의 감정을 내 방식대로 해석하게 된다.
그래서, 상대방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느낌을 이해하기 위해 질문해야 한다.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했는지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말 뒤에 어떤 욕구가 있었는지 들어야 한다.
그리고 부탁하기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느낌을 깨달았을 때
해당 느낌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그 느낌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정중히 부탁할 수 있다.
- 나의 가치관과 상대방의 가치관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
- 그때 느끼는 수락과 거절의 감정은 오롯이 내가 감당할 수 있다.
- 이 정도 수준이 되어야, "옳고 그름"이 아니라 "느낌과 가치관의 차이"로 인정할 수 있다.
애도하기 - 마음챙김 명상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챙김 명상"이라는 명상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를 진행하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 먼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깨닫기 위해 질문하는 것
- 타인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하면서, 내 감정에 대해 인식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말 어렵고 쉽지 않은 책이다.
이대로 커뮤니케이션을 "바꿔야 한다" 라는 것은 좀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했을 때 있었던 좋은 경험도 있었고, 이렇게 하지 않았을 때의 좋지 않았던 경험 또한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리뷰에 작성되지 않은 책의 뒷부분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덜컥 적용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앞부분은 시도해보며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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