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차근차근 2026. 4. 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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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패 신드롬 | 장 프랑수아 만초니 - 교보문고

필패 신드롬 | 경영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심리 이론, 필패 신드롬 알고 있다고 확신하지만 실제로는 모르고 있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들은 상사와 부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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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책에서 흥미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이 있다.
처음엔 괜찮았다. 나름 잘 해냈고, 맡은 일도 무난히 돌아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뭔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 이 사람이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가?
  • 혹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닌가?
  • 한번 실수했으니, 또 실수하지 않을까?

그래서 더 자주 확인하고, 더 세밀하게 지시하고, 더 좁은 범위의 일만 맡긴다.

문제는, 그 사람은 정말로 점점 못하게 된다.


필패 신드롬이란

"Set-Up-To-Fail Syndrome."

Jean-François Manzoni와 Jean-Louis Barsoux가 제시한 개념이다.
리더가 특정 구성원에 대해 "이 사람은 성과가 낮다"라는 초기 인식을 가지면, 그 인식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결과를 바꾸고, 결과가 다시 인식을 강화하는 악순환이다.

 

핵심은 이거다.

리더의 기대가 낮아지면, 구성원의 성과도 낮아진다.
그리고 그 낮아진 성과를, 리더는 "역시 내 판단이 맞았어"로 해석한다.

 

자기실현적 예언이다.

이는 실패를 설계하는 구조가 된다.

 

자기 실현적 예언 - 아마존 리더십 원칙

Thinking small is a self-fulfilling prophecy. Leaders create and communicate a bold direction that inspires results. They think differently and look around corners for ways to serve customers.- Amazon Leadership Principle -자기 실현적 예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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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떻게 작동하는가

단계별로 뜯어보면,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1단계: 트리거 - 작은 실수 하나

  • 보고서에 오타가 있었다.
  • 일정이 하루 밀렸다.
  • 회의에서 질문에 즉답을 못 했다.

이 정도는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리더의 머릿속에서, 이 작은 사건이 라벨이 된다.

"이 사람, 좀 아쉽네."

2단계: 개입 강화 - 관리가 간섭이 된다

라벨이 붙으면, 행동이 달라진다.

  • 다른 사람에게는 "알아서 해봐"라고 하면서, 이 사람에게만 "중간에 한번 보여줘."
  • 다른 사람에게는 넘기는 업무를, 이 사람에게는 넘기지 않는다.
  • 회의에서 이 사람의 의견이 나오면, 무의식적으로 한번 더 검증한다.

신뢰가 빠진 관리는, 관리가 아니라 감시다.

3단계: 위축 - 자율성의 소멸

감시받는 사람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 방어적으로 변한다. 실수하지 않는 것이 목표가 된다. 도전은 사라진다.
  • 무기력해진다. 어차피 뭘 해도 검증당할 거라면, 시키는 것만 한다.

둘 다 같은 결과로 수렴한다.
성과가 떨어진다.

4단계: 확증 편향 -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리더는 떨어진 성과를 보고, 자신의 초기 판단을 확신한다.

"봐, 결국 못하잖아."

그런데 이 결과는 리더 자신이 설계한 환경에서 나온 것이다.
자율성을 빼앗고, 도전할 기회를 차단하고,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실패했다고 판단한다.

환경이 실패를 보장하고 있었는데, 사람 탓을 하고 있었다.


이게 왜 무서운가

진화 심리학자들은 범주화가 석기 시대에 인간이 발달하고 생존할 가능성을 향상시켜주는 ‘능력’ 가운데 하나였다고 주장한다. 관리자 입장에서 보면 꼬리표 붙이기는 불확실하고 정보가 넘치는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빠른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양쪽 모두 자각하지 못한 채 문제가 진행된다.

리더는 "당연한 관리"라고 생각한다.

  • "확인 한번 하는 게 뭐가 문제야?"
  • "이건 중요한 건데, 당연히 챙겨야지."
  • "예전에 실수한 적 있으니까, 조심하는 게 맞지."

구성원은 "내가 부족한가 보다"라고 생각한다.

  • "나만 유독 많이 물어보시네. 내가 못해서 그런가."
  • "다른 사람은 자유롭게 하는데, 나만 중간보고를 해야 하네."
  • "뭘 해도 지적당할 것 같으니, 시키는 것만 하자."

리더는 책임감에서 시작했고,
구성원은 순응에서 시작했다.
둘 다 선의였는데, 결과는 실패다.

이게 필패 신드롬이 단순한 "나쁜 상사" 문제가 아닌 이유다.
구조의 문제이지, 의도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인지적 표상이 갖춰진 상황이라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초보자인 시절이 있고, 이 시점에 타인의 표상을 학습하는 형태로 일한다.
만약 제대로 이러한 기준을 학습하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다.

 


반대편에서 보면

필패 신드롬을 리더 관점에서만 다루는 글이 많다.
그런데 받는 쪽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이 구조가 얼마나 잔인한지 보인다.

 

처음엔 열심히 한다. 인정받고 싶으니까.
그런데 열심히 해도 반응이 달라지지 않는다.

  • 잘하면, "이번엔 괜찮네." → 이번엔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 못하면, "역시." → 확정된 판단이 돌아온다.

잘해도 "예외"로 처리되고, 못하면 "증거"로 수집된다.

이 비대칭 속에서 동기부여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두 가지 결말 중 하나로 간다.

  • 조용히 떠난다.
  • 진짜로 못하는 사람이 된다.

어느 쪽이든, 리더의 초기 판단은 "맞았던 것"이 된다.
자기실현적 예언의 완성이다.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

라벨을 의심하라

  • 한 번의 실수로 사람 전체를 판단하고 있지 않은가?
  • 그 "느낌"이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가, 인상에 기반한 것인가?
  • 같은 실수를 다른 사람이 했다면, 같은 반응을 했을 것인가?

라벨은 한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라벨 자체를 의심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과정을 조율해라.

  • 기대하는 결과를 명확히 전달한다.
  • 중간 과정은 상대방의 영역이다.
  • 결과물이 기대와 다르면, 과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조율한다.

과정을 통제하는 순간, 그 결과물은 더 이상 그 사람의 것이 아니게 된다.
그러면 성공해도 성장이 없고, 실패하면 책임만 남는다.

대화를 열어라

이 루프를 끊으려면, 누군가 먼저 말해야 한다.

  • "혹시 내가 너무 자주 확인하고 있다고 느꼈어?"
  • "내가 기대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건 아닌지 궁금해."
  • "앞으로 이 부분은 네 판단에 맡기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어색하더라도, 이 대화 한번이 몇 달간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받는 쪽이라면, 구조를 인식하라

만약 자신이 필패 신드롬의 대상이라는 느낌이 든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내가 정말 못하는 건가, 아니면 못하게 되고 있는 건가?"를 구분하는 것이다.

  • 자율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
  • 같은 수준의 실수를 다른 사람은 넘어가는데 나만 지적받는다면
  • 성과를 내도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그때는 조용히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시도하거나 환경을 바꾸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결론

필패 신드롬은 의도적인 악의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잘하고 싶다"는 책임감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좋은 의도가 나쁜 구조를 만들고, 나쁜 구조가 나쁜 결과를 보장한다.

기대가 실패를 설계하는 구조.


이걸 인식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나머지 절반은, 대화를 열고, 사람을 라벨이 아닌 사람으로 보는 연습이다.

 

 

더보기

위에서 사실 좋게 말했지만, 현실은 나의 성과가 정당하게 보상/감사받지 못할 수 있고, 내가 했다는 흔적조차 지워질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내 흔적을 지울 수 없도록 강박적으로 남기기 위해, 더 핵심적인 부분더 깊이 관여하고 거기에 "내가 결정했다"라는 흔적을 남기려 한다.

  

하지만, 조직과 팀의 성과, 그리고 내가 하고싶었던 일이라는 관점에서는 옳은 결정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계속 나 자신에게 되묻고 있다. 이게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 일인지, 아니면 내가 옳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하는 일인지.

하고자 하는 목표에 해가 된다면, 멈춰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이미 팀 간에 믿음이 있어, 이런 걱정 할 필요 없이 항상 내 능력이 팀 단위로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상황이겠지만, 이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모두가 팀 단위로 결과를 내겠다는 확신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일단 나만 살아남자", "팀원보다 높은 보상을 받고 싶다"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타인의 성과를 빼앗고, 흔적을 지우고, 아첨에 집중한다.

 

하지만 결과 입장에서, "나도 내 지식을 공유하지 않고 시키는 일만 한다"는 입장은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그래서, 그럼에도 프로젝트는 성공해야 하기에, 나는 내 지식을 나누기 위해 지식을 정리하고 공유에 집중한다.

물론 당연히 감사도 받지 못하고 있기에, 안좋은 예감만 늘어날 뿐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면, 결국 라벨링과 믿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게 나를 위해선 가장 현명한 선택처럼 보인다.

그렇게, 매번 라벨링을 하고 의심하면서도 "하실 수 있어요. 믿고 있어요. 믿고 맡길게요" 라고 말한다.

하지만 퇴근 후, 상대방이 한 일을 모조리 검토한다.

명백히, 이건 방어적인 태도임과 동시에 내가 마이크로매니징을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기도 한다.

 

결국은, 이 모든건 "인정과 감사"를 받고 싶다는 외로움/불안함에 기인한다.

그래서, 이러한 흔적 남기기 방식보단 노련한 자기 PR만이 나의 능력을 팀을 위해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외부와 interaction하는 건 힘들고, 혼자 파고드는 건 쉬우니 일단 파고든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외부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https://youtu.be/U_PK9ovzNL4?si=OcgnXK7BpnUYpJ5c&t=1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