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공간/독서와 사색

[유난한 도전] 상인의 사명감

조금씩 차근차근 2026. 9. 28. 22:00

 

 

유난한 도전 | 정경화 | 북스톤 - 예스24

세상에 없던 금융, 세상에 없던 일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토스928억 시간. 2015년 토스 앱이 나온 후, 사용자들이 간편송금으로 아낀 시간을 모두 합하면 928억 시간이 넘는다. 대한민국 성인 2.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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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한 도전은 토스팀이 간편송금에서 출발해 금융 서비스를 확장해 온 과정을 담은 책이다. 창업자와 팀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제품을 만들고 실패를 받아들여 온 방식도 살펴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토스의 성장 규모보다 그들이 문제를 고르고 일하는 기준에 더 눈길이 갔다. 특히 ‘나는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가’와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가’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


상인은 언제 숭고해지는가

책에서 소개한 상인의 덕목은 자신이 파는 물건의 품질과 생산 과정을 이해하고, 그것을 좋은 상태로 만들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 대목을 읽으며 개발자인 나도 비슷한 질문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기술을 쓰고 싶은지, 어떤 기능을 구현하고 싶은지는 비교적 쉽게 말할 수 있다. 반면 그 기능이 누구의 어떤 불편을 줄이는지 설명하려면 사용자가 처한 상황을 더 알아야 한다.

 

나는 문제 해결 자체를 좋아한다. 그래서 때로는 풀고 싶은 문제를 먼저 정한 뒤 그 가치를 설명하려고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다음 질문을 먼저 해보고 싶다.

이 문제는 내가 풀고 싶어서 고른 것인가, 실제로 해결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고른 것인가?


토스팀의 핵심 가치 8가지를 읽으며

토스팀의 핵심 가치 8가지는 내게 일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다가왔다. 각각을 지금의 내 경험에 비춰보면 다음과 같다.

  1. 개인의 목표보다 토스팀의 미션을 우선한다.
    맡은 일을 잘 끝내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팀 전체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놓칠 수 있다. 내가 만든 기능이 완성됐는지와 그 기능이 팀의 목표에 기여했는지를 함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을 추구한다.
    나는 이 가치를 단순히 모든 기능의 완성도를 끝없이 높이라는 뜻으로 읽지는 않았다. 사용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불편을 없애 새로운 사용 기준을 만들 수 있는지 묻는 말에 가깝게 느꼈다.
  3. 하면 좋을 10가지보다 임팩트를 만드는 1가지에 집중한다.
    제품을 만들다 보면 추가하고 싶은 기능이 계속 생긴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정하지 않으면 많은 기능을 구현하고도 사용자의 경험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선택한 한 가지에 집중하는 능력을 더 길러야겠다.
  4. 모든 기본 가정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원래 입력받는 정보’, ‘당연히 거치는 절차’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사용자의 불편을 줄이려 하면서 기존 절차를 그대로 전제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5. 빨리 실패할 용기를 가진다.
    좋은 계획을 세우려는 마음이 실행을 늦출 때가 있다. 작은 범위에서 시도하고 결과를 확인했다면 더 일찍 수정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빠른 실패는 그 결과를 다음 결정에 반영할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6. 주도적으로 학습한다.
    개발 방법을 아는 것과 제품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사용자 행동과 정책을 함께 알아야 내가 만든 기능의 역할도 판단할 수 있다. 익숙한 기술의 범위 밖까지 공부해야 하는 이유로 받아들였다.
  7. 신속한 속도로 움직인다.
    이 가치를 읽으며 내 의사결정 속도를 생각했다. 모든 정보를 모은 뒤 움직이려 하면 피드백을 받을 시점도 늦어진다. 현재 확인한 사실과 아직 가정인 부분을 구분한 뒤, 시도할 수 있는 범위부터 실행해 보고 싶다.
  8. 동료 간에는 완전한 솔직함을 추구한다.
    문제를 발견하고도 의견 충돌이 걱정돼 말을 아끼면 팀은 그 정보를 반영할 수 없다. 반대 의견을 말할 때도 무엇을 관찰했고 어떤 결과를 우려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책 속 ‘나이스가이’에 대한 표현은 특히 강하게 남았다. 의견 충돌을 피하려고 결정을 미루면 결국 다음 행동을 정할 수 없다. 나도 논의가 끝난 뒤에는 무엇을, 누가, 언제까지 확인할지 명확히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열정은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질까

토스팀이 체계가 완성되기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움직였다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나는 평소 체계와 기준을 세우는 편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준비에 쓰는 시간이 실제 문제를 확인하는 시점을 늦추지는 않는지 생각했다.

 

물론 먼저 움직인다는 말이 생각 없이 실행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내가 받아들인 핵심은 현재 보이는 문제를 공유하고, 시도한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받으며, 해결책을 계속 수정하는 태도다. 열정도 그 과정에서 행동으로 확인되는 것 아닐까.


단순함을 제품에 적용한다면

토스의 Product Principle을 읽을 때는 ‘단순한 제품’이 무엇인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Casual Concept은 전문 용어를 이해하는 부담을 사용자에게 넘기지 말라는 기준으로 읽혔다. Minimum Features와 Less Policy를 보면서는 기능과 정책을 늘리기 전에 지금 있는 단계를 줄일 방법을 먼저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UX 원칙도 각각 사용자의 부담을 살피는 질문처럼 다가왔다.

  • One Thing per One Page: 한 화면에서 사용자는 무엇을 이해하면 되는가?
  • Tap & Scroll: 핵심 행동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조작은 얼마나 되는가?
  • Easy to Answer: 사용자가 이 질문에 답하려고 정보를 다시 찾아야 하는가?
  • Value First, Cost Later: 정보를 입력하기 전에 얻을 가치를 알 수 있는가?
  • No Ads Patterns: 기능보다 화면의 표현에 먼저 시선이 가는가?
  • Context-based: 지금 이 화면이 사용자가 처한 상황과 이어지는가?
  • No more Loading: 기다림을 줄일 방법이 기술이나 정책에 있는가?
  • Sleek Experience: 다음 행동을 찾느라 사용자가 멈추는 지점은 없는가?

주계좌 플러스 사례를 읽으면서는 내 프로젝트 Pinit의 집중시간 기록 기능이 떠올랐다.

사용자가 집중을 시작하려는 순간에 기록을 위해 여러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시간 관리 기능이 오히려 시작을 늦출 수도 있다.

실제 사용 흐름을 다시 확인해 봐야겠지만, 지금은 기록을 시작하기까지 필요한 판단과 조작을 줄이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덮고 남은 질문

유난한 도전을 읽고 모든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을 얻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신 앞으로 기능을 만들 때 반복해서 확인하고 싶은 질문이 생겼다.

  • 이 문제를 실제로 겪는 사람은 누구인가?
  • 지금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 내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절차 중 없앨 수 있는 것은 없는가?
  • 실행한 뒤 무엇을 확인해야 다음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내가 만든 기능의 가치를 판단할 때 구현을 마쳤다는 사실만 보지 않고, 사용자의 경험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까지 확인하고 싶다.